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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구노
[작성일 : 2016-10-14 00:00:00 ]   
제목
어머니의 식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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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식혜

 

 

주말마다 어머니를 뵈러 시골에 가지 않아도 되니 좋습니다.

어머니 뵈러 시골에 갈 때 무엇을 사다 드릴까고민하지 않아도 되니 좋습니다.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단팥빵을 서너 개 사고, 바나나도 잘 익은 것으로 한 송이 사고, 또 사이다도 한 병 사고, 쌀과자도 한 봉 사고, 두유도 한 박스 사고 등, 이런 자질구레한 것을 사기 위해 발품을 팔지 않아도 되니 좋습니다.

시골에 가서 어머니를 찾아 이 밭떼기, 저 밭떼기 다니지 않아도 되니 좋습니다.

어머니 찾으러 밭으로 갈 때 두유 한 개, 바나나 한 개, 단팥빵 한 개, 시원한 물도 한 병 담은 검은 봉지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니 좋습니다.

해가 저물어 어머니께 그만 집에 내려가자고 하면, 굳이 더 밭이랑을 옮겨 다니며 풀을 뽑는 어머니와 싸울 일이 없으니 좋습니다.

동부 심자, 녹두 심자, 가지 심자, 서리태 심자,  어머니와 이런 일도 옥신각신 하지 않아도 되니 좋습니다.

하룻밤 더 자고 가라고 만류하시는 어머니에게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뒤돌아서야만 했던마음 불편함이 없어 이제는 좋습니다.

어머니가 덜어주는 밥, 먹지 않아도 되니 참 좋습니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 어머니께 전화를 드리지 않아도 되니 좋습니다.

때로는 어머니의 힘없는 목소리를 듣고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좋습니다.

늦은 밤, 어머니가 잠자리에 잘 드셨는지, 부엌 설거지는 잘 하고 방에 드셨는지, 비가 오는 날이면 비설거지는 잘하셨는지 여쭈지 않아도 되니 좋습니다.

눈 오는 겨울밤, 시골마을회관에 마실은 잘 다녀오셨는지 걱정 안 해도 되니 좋습니다.

밤에 마실을 다녀오신 후마당에 내린 눈을 굳이 치워야하는 어머니의 성미 때문에 마음 조렸던 그런 밤이 이제는 없어 좋습니다.

 

오뉴월 염천에, 어머니가 밭에 나가계심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좋습니다.

밭에서 밤늦게 집으로 돌아오시다가 낙상이나 하지 않으실까 걱정 하지 않아도 되니 좋습니다.

밤을 주워 한 망태기 가득 담아 쓰러질 듯 어깨에 메고 오시다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지는 않으실지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좋습니다.

가스불은 잘 끄고 밭에 가시는지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좋습니다.

읍내 5일장을 보러 가셨다가 집에 돌아올 때, 버스는 잘 타고 오시는지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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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 가장자리에 있는 감나무에 까치밥이 두어 개 남은 늦가을 어느날, 어머니는 힘이 너무 부쳐서 병원에 입원해야 했습니다.

 

애비야, 그만 집에 가자

봄이 와 날씨가 따뜻해져야 집에 가요.”

그래

 

애비야, 이 병원에서 나좀 제발 데려가 줘.”

눈이 많이 와서 길이 미끄러워 집에 못가요. 눈 다 녹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집으로 모셔갈게요.”

그래

 

엄마, 콩 심고, 옥수수 심고, 밭 매는 게 재미있어요?”

그럼, 재미있지

엄마, 날씨가 따뜻해지면 저하고 콩 심으러 가요.”

그래

이런 대화를 하고 나면 어머니는 깊은 잠에 빠지곤 했습니다.

 

 

그러나 따뜻한 봄이 머지않은 싸늘한 바람이 불던 초봄 어느날, 어머니는 더이상 버티지 못하시고 눈을 감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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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는 어머니가 만든 식혜가 참 먹고 싶었습니다.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밥알 섞이지 않게 위에 맑은 물만 살짝 떠, 투박한 스뎅 그릇에 어머니가 직접 떠다 주시곤 했던 식혜가..............

 

 

 

2016. 10 14

신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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