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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구노
[작성일 : 2012-10-10 20:39:31 ]   
제목
참깨를 털며

 

 

참깨를 털며

신광철

 

  몇 년 전부터, 제발 참깨 농사는 짓지 말자고 어머니께 신신당부를 드렸건만, 어머니는 5월 어느 날인가 급기야 참깨농사는 꼭 지어야겠다고, 좀 거들러 오라는 거였다. 하긴 팔순이 넘은 어머니가 혼자 참깨를 갈기에는 힘에 부쳐도 꽤나 부칠일이었다. 토요일 오전 근무를 마치고 시골집에 갔을 때, 어머니는 혼자서 두골을 이미 가셨고, 나머지 네 골이 나의 몫이라며 마을 어르신들과 어느 먼 동네의 식당으로 오리고기를 잡수려 밭을 내려가 버리셨다.
   동네 태형이 아저씨한테 트랙터로 되는 대로 갈아엎은 밭인지라, 이 거친 밭을 다시 괭이로 다듬고, 다시 골을 타고 물조리개로 물을 떠나가 골 따라서 물을 흠뻑 주고, 다시 그 위에 밑거름을 주고 그 위에 참깨를 여남은 개씩 뿌린 다음, 부드러운 흙으로 얇게 덮고, 다시 그위에 비닐 씌워덮고.
  그후 1주만인가, 어머니는 참깨가 이제야 싹을 틔웠다며 좋아라하고 아침 댓바람부터 전화를 해 오셨다. 그러면서 복토는 당신이 할 테니, 다음에 참깨가 더 크면 줄을 매주게 말뚝이나 박아달라는 것이었다.
  어머니의 복토작업은 몇날 며칠이 이어졌을 것이다. 아침 일찍 밥을 해 드시고, 밭으로 곧바로 올라가서 복토작업을 하셨을 것이다. 몸뚱아리에 성한 곳이 한 군데도 없다며 서럽게 말씀을 하셨지만, 해가 넘어가고 밤이 이슥할 때까지 복토작업을 하셨을 것이다. 6월초에 괴산병원 당직의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머니가 병원에 오셨는데 무릎이 너무 심해 큰 병원에 모시고 가 입원치료를 해야할 것 같다고. 그래서 곧바로 어머니를 모셔다가  청주 신경외과에 입원을 시켜드렸다. 

   6월 염간, 장마가 시작되기 전의 습습한 바람속에서 참깨밭에 말뚝을 박았다. 8월 12일 아침 일찍 괴산에 가서 참깨를 베다가 마당에 가지런히 세워놓았다. 지난주 괴산에 다시 갔을 때, 어머니는 두 번은 참깨를 털었으니, 한 번만 더 털면 되는데, 나보고 털어줄 수 있느냐 했다. 해 드리겠다고 했다. 어머니는 동네 아주머니들과 괴산 성당에 가셨고, 나는 밭에 가서 이것 저것 둘러보고는 곧바로 마당한켠에 잘 말라있는 참깻단을 들어다 멍석을 펴놓고 참깨를 털기 시작했다.
  참깨가 털리는 소리는 우수수 한다. 당신이 두 번 털었다지만, 세 번째 털 때도 깨는 소복히 쏟아지곤 했다. 그래봤자 다 합쳐도 한 되 될까말까 할 정도지만 말이다. 농사일은 마무리가 절반이 넘는다던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말씀처럼 뒷 마무리를 아주 깔끔하게 했다. 멍석도 잘 개서 창고에 넣어두고, 이곳 저곳 몇 알씩 떨어져있는 참깨알도 주울 수 있는 만큼 줍고, 다 털린 참깻단을 한아름씩 묶어 마당 한켠에 쌓아놓고.
   그래서 어머니가 성당에서 돌아오셨을 때에는 이미 참깨 마당질이 끝난 터라, 어머니는 얼굴 주름을 있는 대로 흔들면서 좋아 하셨다.
  "올해 총 몇말이나 수확했어요?" 내가 어머니께 물어보았다.
  "두 말 될까?" 그러면서 참깨를 말릴때 비가 많이 와서 썩은게 많다며 무척 아쉬워하셨다.
  "두 말 팔면 얼마나 돼요?"
  "팔만원은 되겠지?"

  참깨 두 말 팔만원, 이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나는 두시간 만 수업해도 10만원 가까이 받는데, 봄부터 뜨거운 여름까지 죽어라고 일해서 팔만원이라니. 도대체 계산이 나오지 않았다.  참깨, 도대체 어머니께 참깨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옛날에 찬장을 쓸 시절부터 찬장 맨 아랫문에는 참깨와 참기름이 꼭 있었고, 참기름과 깨소금으로 무쳐주신 가지나물이며, 호박무침이며, 묵나물맛을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다. 어쩌면 내 입맛은 그렇게 어머니의 깨소금과 참기름에 길들여져 있었으니, 어디가서 식사를한들 어머니의 반찬맛을 느낄 수 있었으랴.

  어머니는 두말 되는 참깨를 마당에 멍석을 펴고 잘 말리고 계셨다. 내가 집으로 돌아올 때는 두되는 된다면서 마당에 넌 참깨를 봉지에 담아주는 것이었다. 집에 가서 볶아 먹으라고.  집으로 돌아와서 내가 직접 참깨를 볶아 보기로 했다. 맑은 물에 몇번을 씻어, 티겁지를 다 흘려 보내고, 물기를 뺀다음 큰 프라이팬에 놓고 참깨를 볶아봤다. 이 느낌일까. 참깨를 볶으면서 할머니도 되어 보고, 어머니도 되어 보았다. 타닥타닥 참깨가 튈 때마다 고소한 냄새가 집안에 풍겼다. 한알 한알 흘릴 때마다, 그 한 알도 너무 아까워 흘리는 대로 다 주워 담았다. 어느 정도 참깨가 노릇해졌을 때, 절구에 넣고 깨소금을 만들어보았다. 깨소금을 아이들 입에 한입한입 넣어주니, 정말 고소하다고 했다.

  어렸을 때는 정말 내일이 아닌 일이었고,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참깨말뚝을 해마다 박아드렸고, 이제는 어머니가 쇠약해져서 이제는 참깨 털이까지. 그런데 되돌아보면, 어머니께 참깨 농사는 절대 하지말자고 투덜대면서 밭고랑을 오가던 시간들이 왜 이렇게 내 가슴에 묻어있는지, 정말 알 수 없다. 내년에 어머니가 참깨농사를 또 하지만 어떻게 할까. 나는 어쩌면 어머니의 고집을 꺽지 못할 것 같다.

  

     2012년 8월 29일

신광철

 

 

도련
어릴적 할머니 집에서 참깨털어드리던 기억이 나네요.

정신적 노동을 주로하는 저에겐 육체적 노동이 힘겨울때가 많아
저도 가끔은 대행업자에게 맡기고 싶을때가 많습니다.

계산상으로도 그게 맞구요...

물론 내손으로 무언가 해드렸다는 정신적 위로가 있긴 하지많요..


형님은 아주 오래 후에 어머님 돌아가시기 전까진 ..그때까진 농사꾼으로 계셔야 할듯합니다.^^
12.08.29 삭제
미행
시골에 홀로계신 어머님을 생각하는 지기님의마음이. 눈에보입니다.
테클^^은 아니구용.
참깨 한되가격이 이만원을조금넘는가격에 거래가된다고합니다.
12.08.29 삭제
호랑이
나도 이번 태풍 지나가면 깨 쪄야하는데

국산 참기름 먹는다고 생각하고 농사일 하고 있습니다

괴산은 가격이 많이 싼듯합니다

이렇게 싸면 농사짖지말고 지기님에게 사먹어야 겠습니다 ㅎㅎㅎㅎㅎㅎ

참깨 한되 이만원 넘습니다

그래도 노력한만큼은 안되는거 같습니다

사먹는 사람은 비싸고 농사 짖는 사람은 얼마되지않고 ........
12.08.30 삭제
구노
도련 아우가 내마음을 아는듯...
오래 오래 농사꾼으로 살아야 할텐데.




미행 님, 아침 저녁으로 전화를 드려,
목소리로 어머니의 건강을 체크하고 있습니다.
깨 한 말이 팔만원쯤 한다는 것을 두 말이 팔만원이라고
잘못 들은 것 같습니다.




호랑이 형님,
가장 힘든 농사가 참깨 농사인듯 합니다.
직접 털고, 집에 가져와 볶아서 먹어보니,
언제고 훗날 농사를 지며 살게 된다면
참깨 농사는 꼭 할 것 같습니다.
도저히 타산이 맞지 않는 농사지만요.
그러나 형님,
훗날 제가 참깨 농사를 지어도
우리참깨가 맛있고, 꼭 필요로 하다면
그냥 이라도 몇됫박 드릴 수 있지만
싸서, 싼맛에 우리 참깨를 사려하신다면
절대 팔지 않을 겁니다.
하하하
12.08.31 삭제
쏘아이
구노님 부럽습니다.
저도 한때는 부모님 도와 참깨도 털고 추수도 하곤 했었는데...
이젠 기억의 저편에 머무는 추억이 되어 애써 떠올리지 않으면 생각도 가물거리네요.
참 수지타산 안맞지만 그래도 수십년을 그렇게 살아오셨기에 그것마저 못하게 한다면 오히려 더 힘들듯 싶네요. 왕복 기름값도 안나오는 일이지만 부모님 얼굴본다 생각하시고 들러서 도와주세요.
이제 아련한 기억 너머의 실오라기같은 추억이지만 그래도 그 때의 그 정겹고 고소했던 기억이 좋네요.
부디 오랫동안 사시라고 기도해봅니다.
또 건강하게 사시라고 기도해봅니다.
12.10.05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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