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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창기의 강변스케치

작성자
파람(波濫)
[작성일 : 2006-12-04 16:21:35 ]   
제목
산행(山行) - 1
 

12월 2일 토요일,

연이어 3주째 산에 가기로 한 날이다.

11월 18일 토요일, 치악산 ‘남대봉(해발 1,182m)'에 올랐다.

11월 25일 토요일, 치악산 ‘향로봉(해발 1,043m)'에 올랐다.

오늘의 목적지는 원주시 신림면과 제천시 봉양면이 경계를 이루는 해발 860m의 ‘감악산’이다.

정상 바로 아래 신라 말에 창건된 ‘백련사’란 아담한 사찰이 있는 산이다.

08:30, 

직장 동료와 함께 부서장님 차로 ‘감악산’을 향해 출발을 한다.

기습적으로 내린 어제 자정 무렵의 눈으로 인해 도로 사정이 말이 아니다.

미리 스노우타이어로 갈아 끼우지 않은 탓에‘가리파재’를 엉금엉금 기어‘신림면’에 겨우 도착했다.

많이 망설여진다.

이대로 ‘싸리치재’를 넘어 ‘황둔’까지 갈 것인가?

아니면, 다시 돌아갈 것인가?

이왕지사 나온 담에야 정해 놓은 목적지에 가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싸리치재“를 넘기 전,

치악산 ‘상원사’ 입구 표지판이 보이는 완만한 커브 길에서 갑자기 차가 빙그르르 돌았다.

빙판길임을 잠시 잊고 부서장님께서 브레이크를 밟으신 것 같다.

한 번 돌은 차는 팽이 돌듯 계속 돌아갔다.

핸들이 아무 기능을 못 하는 사이, 족히 10바퀴 이상 돌은 것 같다.

차는 반대 차선 가드레일을 들이 받고 배수로에 쳐 박히면서 겨우 멈춰 섰다.

빙빙 돌아가는 그 짧은 찰나에 만감이 교차했다.

이제껏 내가 알고 지내왔던 모든 사람들의 얼굴들이 영화 필름보다 더 빠르게 마구 스쳐 지나갔다.

아! 사고란 것이 이렇게 나는 거로구나!

삶을 이렇게도 마감하게 되는 거로구나!

천운이었던지 반대차선엔 평소에 분주히 다니던 대형 시멘트 탱크로리 차량도 지나지 않고 있었다.

약 5분가량 셋 다 정신을 놓은 채 멍하니 앉아 있었다.

정신을 가다듬고 배수로에 쳐 박힌 차량을 지나가던 사륜구동 RV차량의 도움으로 겨우 끄집어냈다.

사고에 비해 차나 사람이나 큰 피해를 입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다.

‘가리파재’를 다시 넘어 되돌아오는 길,

방금 전의 빙판길 사고를 기억 저편으로 숨기고 우리는 애써 또 다른 산행을 생각하고 있었다.

09:40,

원주시 행구동 치악산(雉岳山) ‘관음사’ 입구.

카페타운 노상 주차장에 차를 주차 시키고 ‘곧은치’를 향해 발걸음을 놓았다.

‘곧은치 매표소’에서 입장료를 지불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우리 셋은 희희낙락거리며 산허리를 밟고 있었다.

산 초입에서부터 쌓인 눈이 산 중턱에 이르자 제법 발목을 잡는다.

‘곧은치’, 절대 만만한 코스가 아니다.

횡성군 강림면 ‘치악산 부곡지구’로 가는 가장 빠른 코스지만,

지명에서 알 수 있듯이 시작부터 급경사로 이루어진 난코스임에는 틀림이 없다.

중턱 쉼터에서 물 한 모금 마시고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얼굴에 흘러내린 땀방울은 차디 찬 겨울바람을 타고 내 머리카락에 백발(白髮)의 고드름으로 다시 태어난다.

미끄러운 눈길을 헤쳐 나가기 위해 아이젠을 착용하고 다시 오른다.

‘곧은치’ 정상이 가까워올수록 숨이 턱 밑에까지 차오른다.

11:00,

해발 860m, 곧은치’에 도착했다.

웅장한 치악의 겨울 산이 나를 맞이한다.

매서운 칼바람은 그 예리함으로 나의 폐부를 깊숙이 파고든다.

칼바람은 어느 순간 본연의 차디참을 버리고 대자연의 훈풍으로 나를 맞이한다.

자연 앞에 인간은 한없이 나약함을 보여주는 필연의 대목이다.

‘향로봉’방향, 눈이 잔뜩 쌓인 헬기 비상착륙장에 이미 많은 분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우리도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부서장님이 가져오신 따뜻한 정종과 내가 가져간 몇 잔의 양주로 얼었던 몸이 많이 풀어진다.

컵라면과 삶은 계란 몇 개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한다.

디저트로‘아줌마 부대’가 건네주신 커피도 한 잔 얻어 마시는 행운을 맛보았다.

아! 죄다 이런 맛에 산에 가는가 보다.

12:00,

짐을 꾸려 헬기장을 출발해 산을 내려가기 시작한다.

산을 내려갈 때, 이거 통 재미가 나질 않는다.

하지만 분명 산은 오르라고, 또 내려가라고 존재함을 부인할 수는 없다.

내려오는 중간 중간 자꾸만 왼발이 미끄러진다.

이런! 아이젠이 어디로 줄행랑을 쳤다.

그렇지 않아도 내 맘에 썩 내키지 않았던 물건이었는데.

하산 길 내내, 떼어놓는 발걸음에선 반복적인 불협화음만 들린다.

12:40,

주차장에 도착했다.

배낭과 옷가지를 벗어 차에 싣고 자판기 커피를 뽑아 한 잔씩 마신다.

잠시 오전의 일들이 스쳐 지나간다.

오늘 삶과 죽음을 오가는 소중한 경험을 한 것 같다.

사람을 포함한 생명체의 목숨이란 것,

질기고 끈질긴 본능만큼 다른 한편으론 조작에 의해 얼마나 순간적이고 나약한 것인지를.

또, 이 자연은 책임질 줄 아는 자에게만 그 숨결을 나누어줌을.

집으로 돌아오는 길,

염치없게도 나는 눈이 내리면 무작정 좋아했던 유년기(幼年期)의 童心을 내 머릿속 가득 채우고 있었다.

오른쪽 어깨가 뻐근하게 저려옴도 모르는 채.




- 2006년 12월 2일, 치악산 ‘곧은치’를 다녀와서 -

여명
파람형님 !

어찌 강을 찾지 않으시고 산만을 찾으십니까 하하 ~

웬지 산을 찾는 형님이 더 멋져 보입니다 ^^
06.12.05 삭제
지리산
향로봉, 감악산...
나는 육군을 나오지 않아서 잘모르지만
전방의 부대 소개할 때 자주 듣던 지명들인데...
그래 다친곳은 없습니까?
빙판길 많은 강원도, 오랜 운전에 자신있겠지만
오래 얼굴보려거든 늘 운전조심하세요. 나도 마찬가지로 그래야 하지만^^
06.12.05 삭제
Rick's
어? 겨울산행중에 그런 위험한 일이 있으셨네요..
미끄러움에는 이겨낼 장사가 없습니다..
비오면 주의를하면서 눈이오면 그 유혹의 흰색에 도취돼어 순간안전에 방심하게 되지요..

치악의 겨울산이 마치 제가 올라갔다 내려오는것처럼 헉헉 거리고 깊은숨 드리마시며 허연 입김이 마구나옵니다..산은 모든사람의 마음을 열어주는것 같네요..
건강하세요..

참!옛날의 도시에서 길거리 약장수들이 그랬습니다..
"자자!날이면 날마다 오는게 아닙니다!..애들은 가라~..이게 바로 치악산 비암이여~"
한번잡셔보면 어쩌구 저쩌구.."
파람님..정말 치악에는 뱀이 많습니까?..큭

06.12.06 삭제
여울
찰라의 시간이지만 많은 생각,얼굴이 지나침을 이제(?) 경험 하신듯합니다.

액땜 하셨다 생각하시고 앞으로 무병장수 하실듯 합니다.

그나저나 산에가시면서 비료푸대도 안가져 가시니

아마도 파람 님께서는 월남 스키부대 출신이 아닌가 봅니다.^^
06.12.06 삭제
파람(波濫)
여명 아우!
내년에 강줄기 타고 오르락 내리락 하기 위한 체력단련일세. ^^

지리산 님!
며칠 지난 후에 쑤시는 곳이 슬슬 나오더군요.
큰 문제는 없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 ^^

Rick's 님!
겨울철의 강원도 길, 魔의 길이란거 잘 아시죠?
지금도 넘쳐나는 카리스마에 뱀을 보탰다가는....
릭님! 뱀은 임진강에 많다던데. ㅎㅎㅎ ^^

여울 님!
치악산에 비료푸대 가지고 가서 탄 후에
특정부위? 책임 못집니다. 하하하
06.12.07 삭제
미류
파람아우님
놀란가슴 쓸어내립니다
찰나의 시간에 주마등처름 지나가는 지나온 세월의 기억
앞으로 조심 또 조심하세요
나도 안전운행 눈길조심 해야지.
06.12.11 삭제
파람(波濫)
미류 형님!

루어대 아주 놓는줄 알았습니다.

형님도 항상 안전운행 하십시오.

^^
06.12.12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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