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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창기의 강변스케치

작성자
파람(波濫)
[작성일 : 2007-10-02 11:23:17 ]   
제목
어느 가을날의 小考
 

땜통까까머리 코 반대기 용구 녀석

책 보따리 걸쳐 멘 양어깨가 축 늘어져 온다.

오늘도 걔네 어머니께선 강보리밥에 멀건 열무김치 싸주신 게 분명하다.

짝꿍한테 들키고 반 애들한테 놀림 받아 기가 죽었나 보다.

쥐 눈만큼 열고 퍼먹은 점심 도시락, 살로나 갔을까?

용구 마음 몰라주는 달그락달그락 빈 도시락 소리

그만 용구를 놀려먹어도 좋으련만.

왕눈이 단발머리 새침데기 혜원이,

뭐가 그리 부아가 나 제비 부리마냥 뾰로통해 있을까?

뱃터 끝순네 시제밭머리에 콩 밤 몇 알 줍다 혹부리 영감한테 된통 혼 줄이 났나보다.

오늘도 물 아랫길 비포장 길엔 쑥부쟁이 몇 무덤

시간의 궤적을 감춘 채 능청스레 흐드러져있다.

눈치 없는 쑥부쟁이

네 꽃잎만큼 슬펐던 그네들의 순수를 알고나 있으면서 넘실대는 건지.

어느 가을날, 물 아랫길을 걸으며 그들을 기다려보고 싶어진다.


 

“이번엔 아들이겠지?” 하고 낳았단다.

또 딸이라 하도 서운해서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는 서운이.

학교 옆 채마밭에 섶나무 울타리를 잘 둘러 놓으셨던

학교 소사 일을 보고 계셨던 서운이네 아버지.

무 이파리 굵어지고 시리도록 푸른 볕 좋은 가을날이면

채마밭 울타리엔 온통 고추잠자리 천지였지.

서운이네 아버지는 맨손으로 고추잠자리를 곧잘 잡아주셨다.

어머니 몰래 실패에서 풀어 온 무명실 달아 하늘에 날리면

연모의 날개 짓으로 나풀나풀 수를 놓던 고추잠자리.

주인 바뀐 채마밭에 섶나무 울타리는 사그라지고

녹 슬은 꽈배기 철 고춧대엔 고추잠자리 몇 마리.

슬픈 가을을 찾은 낯선 객은

폐교된 운동장 아름드리 플라타너스 아래 장승처럼 음침하게 서 있었다.


 

손발바닥에 굵은 물집 잡혀가며 아버지께서 짜신 멍석위에

한껏 닳아 오른 새빨간 알몸들이 나보란 듯 벌러덩 누워 있다.

곱디고운 고추 분(粉)으로 다시 태어나 

기쁘게 혹은 슬프게 살아갈 어느 훗날을 꿈 구고 있는 걸까?

“난 서울 부잣집으로 가서 고추장이 될지도 몰라“

“난 읍내 시장으로 팔려가게 될 거야”

“아니야! 나는 아마 겨우내 숨 막히는 비닐봉지 안에 갇혀 있을 것 같아”

지들끼리의 푸념 섞인 입방아가 금방이라도 멍석 틈새로 새어나오는 것만 같다.

저 녀석들, 여름 한철 탄저병으로 당신의 속을 그렇게도 긁어놓았는데도

아버지께선 틈만 나면 고추를 뒤집어 주시며 가을볕을 쬐어 주신다.

내 아버지 속에 들어 있을 넘쳐나지 않는 가을

지친 풍요가 아닌 적당히 수더분한 가을

그런 가을을 나는 얼마나 닮아가고 또 얼마나 보여줄 수 있을지.

서담
할머니는 이야기 보따리란 동화가 있었지요.
우리 할머니는 무슨 이야기 꾸러미를 그렇게 많이 알고 계셨는지 참 궁금했지요.
사람들이 그러더군요.
사람은 자신이 살아 온 만큼 세상을 관조할 수 있다고.
파람님의 글들은 파람님이 살아온 홍천 땅 골짜기 전설만큼이나
깊숙하며, 애리하고. 잣나무 껍질 만큼이나 두텁지요.
송이처럼 주위에 있으나 보이지 않는 소박함을 지녔고...오늘은 파람님께
태클을 걸고 싶은 마음이 확 사라졌네요.
당신과 늦은 만남을 했지만 참 좋은 만남이었다고 늙수구레 한 세월 뒤
막걸리 잔 놓고 이야기 하고프네요.
07.10.02 삭제
여울
가을이 가득 들어있네요.

어릴적 높디 높던 교정의 미끄럼틀이 한 키 조금 밖에 안된다는 것을
알게된 것이 서른즈음인가 봅니다.
이제는 서른시점의 기억도 아스라히 코스모스 한들거리 듯
엷어져 갑니다.

동심을 간직한 뵨태파람님이 부러네요.

언제 사진찍으러 나서 봅시다.
07.10.03 삭제
구노
당신이 있어 삶이 외롭지 않습니다.
감사드립니다.
07.10.05 삭제
파람(波濫)
서담 님!
滿秋深夜에 찬이슬 맞고 밤벌레 소리 들으며
구수한 입담 안주삼아 함께 한 잔 나누고 싶어집니다.

여울 님!
이제는 내 기억의 곳간도 점점 비워져 가는 것만 같네요.
더 늦기 전에 부지런히 빼와야겠습니다. ^^

구노 아우!
내가 할 말을 아우가 하는구먼.
아우를 만나게 돼 내 삶도 외롭지 않다네.
07.10.08 삭제
서울홍길동
이럴때면

서울서 나고 자란 사람이 안타까와집니다.
07.10.11 삭제
파람(波濫)
길동 아우!

시간날 때 "왕십리 뒷골목 얘기'나 한 편 올려 보시게.

^^
07.10.16 삭제
청파[淸波]
풍요로운 가을에 아이들의 마음을 서정적으로 그려준 이 글이
내 어릴 적 동심을 새록새록 새롭게 떠오르게 하네~^^
언제나 봐도 여유로운 파람아우의 포근한 가슴이 항상 부럽구먼...
지난번 글을 읽고 이번엔 또 어떤 글이 올라올까 기다려졌는데...
아우님의 홍천 골 아름다움이 상상이 되네~^^
잘 보고 갑니다~^^

07.11.01 삭제
파람(波濫)
청파 형님!

글이란거, 되고말고식으로 몇 편 써보기는 하지만
쓰면 쓸수록 어려워지는군요.
감사합니다.
07.11.16 삭제
여명
땜통까까머리 코 반대기 용구 녀석 ...

저도 어렸을쩍 서울 특별시 신림동이라는 촌에서 살았습니다 ^^
용구란 분과 비슷한 친구아닌 친구가 있었고,
하루는 그놈과 씨름 두어판을 하고 다음날 그놈에게 이를 옮았다는 것을 알았지요
그후 그놈과 저는 반 아이들의 놀림을 받으며 까까머리로 다녀야 했네요
형님을 글을 통해 저또한 추억 하나 하나를 떠올리게 됩니다.

p.s 사무실에서 형님의 글을 보려면 글짜가 아주 작은 이상한 어체로 뜨더군요 왜그러죠 ?
오랜만에 집에서 편안하게 읽었습니다 ^^
08.01.07 삭제
레이크
파람님의 글을 읽다보면 TV문학관 을 보고 있는듯 합니다.
어릴적 4학년 까지 서울서 살다 ..어찌어찌하여 시골로 전학을 왔어요.
반아이들 태반이 검정 고무신을 신고 위에서 처럼 까까머리 인 아이들도 있었죠.
그 애들에게 전 신기한 대상 이었어요. 서울 아이라서? 아니예요 .
하루는 어떤 아이가 제게 묻더군요..
왜 넌 서울에서 왔는데 피부가 까마냐구요 ..ㅋㅋㅋㅋ
서울애들은 우유 많이 먹어서 하얗다던데 ,,,하며....
지금도 그때 생각 하면 웃음이 납니다.
얼마가지안아 전 시골아이들 보다 더 시골스럽게 변했구요
얼마전 동문회를 했는데 제가 전학을 왔다는걸 다 까맣게 잊었더라구요
파람님의 글을 읽고 옛추억을 떠올려 봅니다...
앞으로도 좋은글 기대합니다.
08.01.29 삭제
파람(波濫)
어쩐지....
출조 때마다 여명이 옆에서 던지다 집에 오면
이상하게 근질근질거린다 했다 내가.
여명! 그 사람은 '이' 를 키우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ㅋㅋㅋ.

레이크 님!
TV문학관이라니요?
당치도 않거니와 제겐 너무 큰 과찬으로 들립니다. ㅎㅎ
레이크 님께서도 유년의 순수한 추억을 많이 간직하고 계신분으로 보여집니다.
글을 글적거린다는게 그리 쉬운일은 아니더군요.
쓰고 지우고 또 쓰고 지우고....
용기를 얻었으니 조만간 한 편 올려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08.01.3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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