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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창기의 강변스케치

작성자
파람(波濫)
[작성일 : 2006-06-05 13:41:45 ]   
제목
回想, 하나....
 

서너 자(尺) 남짓 되는 책상, 대충 가운데쯤 그어진 금(線),

이리 옮겨지고 저리 옮겨지고 하루에도 서너 번씩 제 자리를 찾지 못했던 금,

다툼의 굴레를 벗고 그 금도 이젠 자유를 찾아 훨훨 날게 되었다.

2년째 내 짝이었던 그 애, 내일이면 읍내로 전학을 가게 된다.

6학년이던 1974년 6월,

그 해도 괴바위 너른 뜰엔 풍작(豊作)을 맞은 누런 햇보리가 한껏 달아오른 햇빛을 향해 탐스런 이삭을 마냥 곧추 세우고 있었다.

몇 일후엔 해마다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자유교양대회가 열린다.

이번 대회에 그 애와 난 독후감 쓰기와 펜글씨 부문에 참가하기로 되어있었다.

대회 준비로 인해 어두컴컴한 시간이 돼서야 학교를 마칠 수 있었던 몇 일전,

개울을 건너 산길로 얼추 오리(五里)를 걷고 큰 강을 건너야만 닿을 수 있었던 그 애의 집,

교실 미닫이문을 열지 못하고 자꾸만 주춤 거린다.

‘내가 데려다 줄게’ 하고 앞장을 섰다. 스무 걸음 정도 거리를 두고.

어두컴컴한 산길, 잣나무 숲속에 솔부엉이가 괜한 울음소리를 내 오금을 떨게 만든다.

그 애의 집이 보이는 강가에 이르렀다.

그 애가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 부치고 여울을 건넌다.

여울의 반도 못 건너고 이내 되돌아 왔다. ‘너한테 할 말 있는데.... 나 전학가게 됐어’

여울을 건너는 그 애의 모습이 뿌옇게 흐려져만 갔다.

돌아오는 길, 강바닥에 널린 하얀 차돌처럼 어둠과 대조되는 하얀 찔레꽃을 한 움큼 뜯어 쥐었다.

무서움을 달래려 꽃 잎 한 장 한 장 뜯어내 길바닥에 뿌리며 뛰다시피 했다.

대낮에 어른들도 머리가 선다는 애총(哀塚) 골, 어린아이의 무덤이 있는 골짜기,

무슨 생각으로 그 곳을 까맣게 잊고 어떻게 지나쳤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날 저녁 내 종아리엔 굵은 회초리가 어머니의 마음을 대신했었다.

오늘, 점심시간이 지나면 그 애는 떠난다.

내심 자유교양대회에 같이 나가게 돼 잔뜩 들떠 있었는데 괜한 부아가 났다.

그 애와의 마지막 수업, 선생님께서 그 애를 앞으로 불러내셨다.

하늘색 원피스에 하얀 타이즈를 신고 교단에 오른 그 애,

얼굴에 온통 눈물범벅을 보이며 작별 인사를 하는 그 애,

난 쳐다볼 용기가 나지 않아 산수공책에 얼굴을 파묻고 그냥 엎드려 있었다.

학교에서 1분도 걸리지 않는 집, 점심을 먹으러 가지 않았다.

나 혼자 개울가로 내 달렸다. 흐드러지게 피었던 찔레꽃, 그 새를 못 참고 많이도 지고 있었다.

찔레가시에 찔리고 할퀴어져 손 등에 생채기가 나는 줄도 모르고 그 꽃을 한 아름 꺾었다.

첫 장마가 지면 떠내려가고 마는 섶다리를 건너 그 애가 건너오고 있었다.

선뜻 나설 용기가 나지 않아 찔레나무 넝쿨에 숨어 그 애가 지나가는 걸 훔쳐봐야만 했다.

저 만치 멀어져 가는 그 애의 뒤를 그 애가 모르도록 조용히 뒤따라갔다.

그 애는 일부러 모른 척 해 주었을까? 잣나무 숲에 채 이르기도 전에 그 애가 눈치를 챘다.

아무 말 없이 꽃잎이 반 이상 떨어져 버린 찔레꽃 한 다발을 그 애에게 건넸다.

‘고마워’ 그 말을 듣고 그 애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못 한 채 뒤 돌아서 오던 길로 마구 내 달렸다.

내 이름을 부르는 그 애의 목소리가 환청이 되어 머릿속을 한동안 괴롭히고 있었다.

중학교 2학년 때 동창회 자리에서 그 애를 다시 만났다.

책갈피에 고이 간직했었던 그 꽃이라며 찔레꽃 한 잎을 나에게 건넸다.

친구들이 마구 놀려대는 통에 내 얼굴이 화근 달아올랐다.

나 보다 그 애가 얼마나 더 무안해 하던지.

내가 건네준 찔레꽃 한 다발 그 꽃 한 잎,

그 애는 아직도 고이 간직하고 있을까? 不惑의 중반에 접어든 이 나이에도 말이다. 

그래주기를 바라는 내 마음, 분명 이기심 가득 찬 마음속 사치다.   

- 그 해, 6월 어느 날을 回想하며 -

자경
글을 읽어 내려가면서 가슴이 덜컥 했습니다
배경(독후감과 펜글씨-->그림 그리기)은 조금 다르지만 거의....
흡사한 국민학교 시절 나의 이야기를 들킨듯한 기분 입니다
그 예전.....
마음속 깊은곳에 감추어져 있던 그리운 시절의 감정이 다시 살아 나는듯 합니다
형님~
이참에 낚시 때려치시고....
취미생활을 바꾸어 보는건 어떻습니까?...
아~
몰래한 그 예전 국민학교 시절 첫사랑이 생각나는 월요일 입니다
그건 그렇고...
우째 그분이 많이 보고 잡으신가 봅니다...하하하
일요일날 홍천가서 뭐 했시유...
전화 했더니만 벨이 한참 울리고 난후에 강여울 바우회원님이 아부지
밖에 나가셨다고 글더만요...
전화하면 쫌 빨리좀 받아요....

06.06.05 삭제
지리산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사는가 봅니다. 50이 다되어 가는 나이에도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통하여 추억을 만들어 나가고, 또 그 추억들을
같이 곱씹으면서 입가에 작은 미소를 만들고...
파람님과 자경아우의 그 가슴 찡한 사연들은 다 스러져 가는
시골의 어느 분교 창문 너머에 아직도 나지막하게 흩어져 있겠지요.
모처럼 제 가슴 속에 남아있던 그 애도 생각납니다.^^큭
06.06.05 삭제
자경
지리산형님~
잘 지내시지요...
얼굴 뵌지가 한참 되었습니다
형님도 소시적 거시기한 사연이 있었군요..하하하
누구나 어린시절의 그리움을 가슴 한곳에 살포시 뭍고 사는것 같습니다

참 내일 지리산형님께서도 잘아시는 형님두분과 아우한명 그리고 저 넷이서 꺽지낚시겸 천렵 갑니다
형님도 함께 하셨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날씨가 무척 덥습니다
건강하시고 항상 즐거운 일만 생기시길 바라겠습니다..
06.06.05 삭제
미류
싱그러운 사랑스케치. 찔레꽃 사랑
아름다운 추억이 생각나는 유월의 오후
조금전 그애의 뺨에서 묻어나온 분향기를 뿌리며 스치는 바람이 창가를 때립니다.
06.06.05 삭제
푸르름
파람형님의 글을 읽고나니 적은 나이지만 저또한 어린 국민학교 시절이 잠시 생각나는군요
잠시나마 때묻지않은 어린시절을 회상해보는 시간을 주셨습니다 ^^
근데 형님 ? ...건축쟁이 맞으셨어요 ?? 하하
06.06.06 삭제
구노
파람 형님,
형님을 처음 만났을 때 바로 강여울 만들 것 그랬어요.
형님의 얘기 보따리,
그랬더라면 진작부터 꺼내셨울 텐데..
06.06.06 삭제
구노
자경이 형,
형의 얘기는 언제 들을 수 있을까요?
06.06.06 삭제
야누스
파람형님
동심으로 돌아가게 하는 글인 듯 싶네요.
저 또한 적은 나이지만, 어린시절은 잊을 수가 없나 봅니다.
요즘은 어린시절 생각해 본 기억이 없네요.
그 만큼 사회생활에 찌들어 있었나봐요.
형님의 직업이 요즘 들어 의심이 생깁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06.06.06 삭제
후니
꼬맹이 파람이가 꽤나 감성적이고 똘똘 했었나 봅니다 ^^

아직도 꼬맹이 파람이의 순수함을 엿 볼수있어
참으로 좋습니다

형님 토요일날 소주한잔 올리겠습니다
06.06.07 삭제
파람
약간은 창피하기도 하고,
변변치도 않은 저의 옛 얘기에 답글을 올려주심에 감사드립니다.
06.06.08 삭제
지리산
그건 그렇고, 파람님. 현충일에 출조한 것 다 알고 있는데
왜, 조행기가 올라오지 않고 있나요? 혹시 출조 형태가 변질되었나요?
궁금합니다.
06.06.08 삭제
파람
화천댐 바로 밑, '딴산'이란 곳엘 다녀왔는데요,
배스.... 무진장 많더군요. 꺽지보다 더 많이 나옵니다.
거기에 바디끄리, 누치까지....
반은 천렵이고 낚시 얘기거리가 좀 그러해서 안 올렸습니다.
궁금이 풀리셨나요? ^^
06.06.08 삭제
지리산
그랬었군요. 고수 몇 분의 출정이라서 잔뜩 기대하고 있었는데
조행기가 안 올라와서 궁금했지요.
어쨋던 손맛, 입맛, 웃음이 만발한 대박 낚시였겠군요.^^
06.06.08 삭제
김동오
국민학교 4학년인가 5학년시절 반장선거가 있던날 단 한명 나를 추천하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우리반에서 재일예쁜 친구였습니다.
결과는 낙선했지만 그날 그 친구는 우리집에 불쑥 놀려왔습니다.
동오야(((((((((( 놀~~자(((((((((

지내 집에서 우리 동내는 재법 먼곳 이였는데요.
난 순간 당황하고 부끄러웠지만 우리는 이네 친하게 놀며
뒤동산이며 마을 회관을돌며 신나게 놀았습니다.
정말 잊을 수 없는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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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대 꿈이였습니다.
나도, 그 친구도 서로 좋아 했었을까요?

지금 그친구는 서울에 살고있다는 후문은 들었는데....
어떻게 변해있을지 궁금합니다.
지금은 가물가물 얼굴도 기억이나지 않지만 그 친구가 보고싶습니다.

~ 창원에서 짱이 ~
06.06.11 삭제
林兄
저것은 뭔꽃인가.
06.06.12 삭제
파람
베짱이님!
님께서도 순애보적인 아련한 추억을 갖고 계시는군요.
오래도록 간직하십시오.
그나 저나 언제 뵙게 되나요?

임형형님!
이젠 慧眼이 많이 흐려지신 것 같아 이 아우 마음이 좀 그렇습니다.
찔레꽃 입니다.
06.06.12 삭제
아사달
전 소나기의 한 줄거리인줄 알았네......
06.06.14 삭제
파람
시골 촌 학교엘 다니다보니
'소나기'의 한 줄거리 같은 추억들이 많이도 있었다네.
06.06.15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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