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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창기의 강변스케치

작성자
파람(波濫)
[작성일 : 2006-09-05 16:28:06 ]   
제목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
 

초가을이라기보다는 그냥 늦여름이라 부르고 싶다.

마지막 남은 뙤약볕을 얼마나 훑어 내려는 건지....

본격적인 개강(開講)을 앞두고 부서 야유회를 간다고 오후 내내 부산을 떨어댄다.

“선발대 먼저 출발해서 좋은 곳에 자리 잡고, 총무팀은 뭐 준비하고, 시설팀은 뭐 준비하고....”

전체 직원의 절반 정도가 우리부서에 있다 보니 준비할 것들이 참으로 많다.

이럴 땐 식구(食口)가 많아 도움이 되리란 생각은 아예 접는다.

며칠 전, 부서장께서 넌지시 견지낚시 얘기를 꺼내셨다.

“거기 가면 지금쯤 여울이 좋을까?”

“ 예! 그럼은요, 거기야 여울이 언제나 살아 있는 곳 이지요.”

견지낚시가 좋아 그 곳을 가자고 하셨겠지만 왜 하필이면 그 곳이었는지....

새벽녘에 벌어질 나의 고독한 헤맴을 예견이라도 하셨음일까?

구월 초이틀, 토요일 오전 10시경 화양강(華陽江)에 도착했다.

어제 저녁에 미리 떠난 선발대, 다행이 천막은 쳐 놓았다.

이들, 밤샘 술판에서 아마도 주신(酒神)과 접신(接神)을 하다 홀림을 당한 것 같다.

나도 어제 저녁에 출발했다면? 생각만으로도 혼미해진다.

베이스캠프에 대충 짐정리가 끝났다.

석유버너위에 앉혀 놓은 토종닭 백숙이 커다란 양은솥이 좁다고 연신 김을 내 뿜으며 들썩거린다.

여직원들은 근처 작은 계곡 샘물가에 야채를 씻으러 간다고 나선다.

남직원들은 고기를 굽기 위한 참숯에 불을 붙이느라 연기를 마시며 캑캑거린다.

다슬기 잡겠다고 벌써 강에 들어가 있는 직원들도 보인다.

참 빠르기도 하지.

점심때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는 자유시간이다.

나 혼자 차를 끌고 강변 자갈길을 거슬러 올랐다.

어느 동네로 들어가는 작은 길을 따라 고갯마루에 올라 그 동네를 한참이나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고개 아래 화양강은 오늘따라 숨을 쉬지 않는 듯, 그렇게 조용히 숨어 있었다.

 


대낮에 추렴 한 판이 거나하게 벌어졌다.

토종닭 백숙에 눈길이 멀어지고 참숯에 얹은 고기는 도로 숯이 되어간다.

주인 잃은 술병이 하나, 둘 쓰러진다.

술병을 떠난 술잔은 쳇바퀴가 되어 윤회(輪回)처럼 다시 내게 돌아온다.

저녁나절이 다 돼서야 추렴 판이 멈춰졌다.

견지낚시를 하러가는 이, 다슬기를 잡으러 가는 이, 삼삼오오 다 떠난다.

나도 웨이더를 입고 여울에 서서 객기를 부려 본다.

여울이 내 종아리에 간지럼을 태우고 정처 없이 달아난다.

낚시의 감(感)이 올 리 만무다.

꺽지란 녀석은 내 감이 떨어진 걸 일찌감치 알아챘는지 나를 무진장 놀려 먹는다.

밤이 어느 정도 이슥해질 때까지 나는 상념(想念)에 가득 차 그 여울에 젖어 있었다.

가끔씩 철저히 나만의 독백을 뇌까리며....

희미하게 들리는 직원의 부름소리에 베이스캠프로 돌아왔다.

여직원을 포함한 다른 직원들이 철수한다며 길에 오른다.

또 다시 한밤의 추렴 판이 벌어진다.

준비해 간 술도 동이 났다.

이곳에서 제일 가까운 그 동네로 술을 사오겠다며 나는 나섰다.

지리를 아는 사람이 나 밖에 없음 이기도하다.

강으로 이어진 작은 오솔길,

밤벌레의 서러운 울음소리를 내 영혼의 마지막 산소인양 들이키며, 

내 발목을 부여잡은 삶의 무게들 길바닥에 조금씩 떼어놓았다.

내 발자국 소리에 나를 뒤 돌아볼 여유(餘裕)도 갖추지 못한 이 새벽,

초라한 나그네가 되어 나는 그 동네 고갯마루에 올라서 있었다.

밤 강을 내려다 봤다.

고속도로 터널에서 흘러나오는 낮은 불빛에 몸을 숨긴 밤 강의 분위기,

어쩌면 저렇게도 처절하리만치 이중적 양면성을 갖춘 것인지....

고요만이 지배하는 이 시간,

저승사자의 도포자락 같은 동네 가로등이 어서 오라며 음흉한 손짓을 치고 있었다.

동네 개들이 한껏 목청을 돋운다.

새벽녘, 낯선 이가 찾아온 것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나 보다.

덕분에 취기(醉氣)가 확 사라졌다.

그 동네에 있는 유일한 작은 가게,

그 애가 살던 집,

지금은 그 애의 언니가 홀로 들어와 살림을 하며 꾸려나가는 집,

그 애의 집 마당에 나는 섰다.

가게 유리문으로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지만,

나는 끝내 그 유리문을 두드릴 수가 없었다.

그 애의 방이었을 사랑방,

지금이라도 부르면 그 애가 나와 줄 것 같은 사랑방,

작은 세살문의 실루엣만이 내 두 눈에 뿌옇게 투영(透映)되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서 있었다.

그 애의 환영(幻影)이 내 발목을 잡기 전에 정신을 가다듬고 나는 돌아서야 한다.

돌아오는 길,

고갯마루에 잠시 서 본다.

그 옛날, 새마을사업의 일환으로 이 고갯길을 넓히다 아스라한 낭떠러지에 떨어져 명(命을) 달리한 나의 고종 매형,

두 눈에 항상 우수(憂愁)를 품고 살았던 그 매형,

오늘따라 그 매형과 수년 전에 세상을 떠난 고종 누님 생각이 간절히도 났다.

그 들의 환생(還生)일까?

천냥바위 노송(老松)에서 솔부엉이가 헛기침을 내며 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술 받아올 때만 속절없이 기다리던 동료들, 기다림에 지쳐 곯아 떨어졌나 보다.

여기저기서 솔로로, 듀엣으로, 때로는 트리오로 불협화음을 잘도 내고 있다.

차에서 침낭을 꺼내 모래바닥에 깔고 나도 선잠을 청해 본다.

때로는 밤벌레만도 못한 고독의 끝, 이젠 묻어야겠다.

 


침낭 밖으로 얼추 바라본 또 다른 아침, 매우 시끄럽다.

래프팅을 즐기는 몇 무리의 사람들,

지자체의 세수입에 보탬이 되고 관광개발이 어쩌고저쩌고....

이아침에 복잡한 세상살이까지 논(論)할 여력(餘力), 다행이도 나에겐 없었다.

직원들 몇몇이 마저 철수를 하고 내가 거느리는 팀만 남았다.

어제 먹다 남긴 닭백숙을 데워 아침을 준비한다.

그 사이, 눈치 빠른 아래 직원이 면소재지까지 나가 소주 댓(大병)을 두 병이나 사가지고 왔다.

해장(解腸)을 하자며 줄기차게 들이댄다.

남은 고기를 마저 굽는다.

잔인지 대접인지 모를 정체불명의 큰 그릇이 몇 바퀴 돌아갔다.

“back to the yesterday"다. 

해가 뉘엿뉘엿 긴 몸을 산자락에 누인다.

다 떠나고 우리밖에 없는 텅 빈 강변,

휑한 초가을 바람만이 가금씩 불어올 뿐, 그 어떤 미동(微動)도 느낄 수 없었다.

무엇을 얻으려,

무엇을 느끼려,

무엇을 기억하려,

무엇을 가슴속에 품으려 나는 그 헤맴을 행(行)하였단 말인가?

다 부질없음이라 단정 짓고 나 스스로 답을 내린다.

carpenters의 “yesterday once more'를 계속 돌려 들으며,

나는 화양강 자갈길을 천천히 달리고 있었다.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 아마....

 

여울
아마도 파람 님의 기억이 그리움으로 남아

화석으로 변해버렸나 봅니다.

섬뜩하면서도 오래 들여다보면 정감이 가는군요.

위 사진 모래강변에서 릴대 던져놓고 물거나 말거나

별보며 정겨운 사람들과 함께 하다

새벽안개 잔잔히 피어오를때 쯤 잠이들어도 좋을듯 합니다.


파람님의 화양강에 스민 추억들이 아래로아래로

여울져 흐르다 문득문득 역류를 하는가 봅니다.
06.09.05 삭제
林兄
파람公.~
이젠 시인이 다 되었네.
좋은글 잘읽고 다른방으로 출장을 가네..
06.09.05 삭제
구노
"때로는 고독의 끝, 이젠 묻어야겠다."
쭉 내리읽다 이쯤에서 잠시 멈춰야 했습니다.
고독을 묻다.
어느 江, 어느 釣師의 대물쏘보다 더 좋은 멋진 표현,
이제는 대물쏘를 부러워하지 않지만,
밤 江에서 형님이 느끼신 심회와, 그 심회로 부터 형용된 저 표현들은,
왜 이리 부러울까요.
한 없이 부럽습니다.

파람 형님,
강여울 만남이 끝나면 날 잡아, 가을날의 草江으로 갈 것 같습니다.
작년 가을에 만난 꺽지며,
가는잎 구절초며,
다시 만나고 와야지요.
다 형님 때문입니다.
그래서 1조는 앵천리보입니다.

06.09.05 삭제
미류
속살벗은 저내마음 깊다깊어 구만리다
두고가오 두고가오 파람아우 깊은속내
울지마오 울지마오 깨어있는 영혼이여
06.09.05 삭제
지리산
파람님의 화양강엔
벌써 가을이 온듯 하네요.
강변의 이야기들이 하나 둘씩 쌓여서 저렇게 하얀 모래 밭을 만들었겠지요.
아스라한 이야기들이
어떨 땐 가슴을 후비기도 하고, 전설이 되어 또 강가 깊숙한 곳에서 되살아 나기도 하지요.
파람님의 이야기들은 짙 푸른... 깊이를 알 수 없이 푸른 저 화양강 깊은 속살처럼 숨어있네요.
9일날 뵙시다. 한 이틀 조모님이 위독하셔서 9일날 못가는 줄 알았습니다.
치료 후 원기를 어느정도 회복 하셔서 다행입니다.
06.09.06 삭제
여명
파람형님!
글을 읽다보니 일상생활속의 드라마를 보는듯 합니다
어쩜 ...............이리 글을 잘 쓰세요 ?
노가다하셨다는것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하하!
06.09.08 삭제
파람(波濫)
여울 님, 임형 형님, 구노 아우, 미류 형님, 지리산 님, 여명 아우....
변변치 못한 저의 옛얘기에 동감을 해 주시고 격려를 해 주심에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06.09.11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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